농업

논 외래종 관리 정책과 농업 생태계 보전 방안

enlarge-all 2025. 5. 28. 20:32

 

 

 

 

1. 논 생태계의 변화와 외래종 유입 현황

 

한국의 논은 단순한 식량 생산 공간을 넘어,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로 기능해 온 복합 생태계입니다.

 

특히 여름철 집중 강우기에는 수로, 저수지, 산지와 연결되어 다양한 생물이 드나드는 통로 역할을 하며, 이 과정에서 외래종이 유입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논 외래종으로는 가시박, 가시상추, 환삼덩굴과 같은 빠른 번식력을 지닌 식물부터 붉은귀거북, 큰입배스 등의 동물 종이 있습니다.

 

이들 외래종은 자생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생물 다양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농작물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가시박은 벼 줄기에 덮여 광합성을 방해하고, 붉은귀거북은 논의 양서류와 곤충을 포식해 먹이 사슬을 교란시킵니다.

 

이러한 외래종 유입은 단순한 생물학적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농업 생산성 저하 및 농가의 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논 외래종 관리 정책과 농업 생태계 보전 방안

 

 

 

 

2. 외래종이 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논은 기계적 경운, 수확, 수로 개방 등 인위적 활동이 반복되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생물 다양성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나 외래종이 이 환경에 정착하면서 여러 부정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선 경쟁에 의한 자생종 감소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외래 수생식물인 물수세미류는 빠른 생장 속도로 논 가장자리와 수로를 장악해 원래 서식하던 애기부들, 마름, 등과 같은 자생종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곤충류와 조류, 양서류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논 생태계의 먹이망 구조가 단순화되어 생태적 회복력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외래종은 농작물 직접 피해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큰입배스는 논에서 자라는 어린 물고기나 수서곤충을 포식하며, 이는 모내기 후 병해충 방제를 위해 자연 생물의 도움을 기대했던 농민들에게는 부정적인 요인이 됩니다.

 

특히 식물 외래종은 제초제로 제거가 어렵고, 제초제 저항성이 있는 경우도 많아 방제 비용과 노동력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논 외래종 관리 정책과 농업 생태계 보전 방안

 

 

 

 

3. 국내 외래종 관리 정책의 현황과 한계

 

한국은 외래종에 의한 생태계 교란 문제를 인식하고, 1997년부터 환경부를 주관 기관으로 하여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 및 관리 지침」, 「유해 생물 관리 대책」 등을 법제화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생태계 위해 우려가 높은 외래종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반입·유통·사육·재배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붉은귀거북, 큰입배스, 가시박 등이 있습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등도 농업 피해와 직결되는 외래 식물종과 수생 동물종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며, 논과 밭 등 주요 농경지에서의 시범 방제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농경지 외래식물 조사단을 운영하거나, 농업인 참여형 외래종 감시 프로그램을 도입해 현장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와 정책은 여전히 몇 가지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우선, 외래종 방제의 정책 중심이 산림과 하천 생태계에 치우쳐 있으며, 논과 같은 농경지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외래종 방제 체계는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입니다.

 

농경지에서의 외래종 확산은 벼 생육 저해, 병해충 증가, 생산량 감소 등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 배분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둘째, 외래종이 농업에 미치는 구체적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기초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현재까지의 대부분 연구는 생태계 차원의 영향 분석에 집중되어 있으며, 실제 작물 피해, 노동력 증가, 생산 비용 상승 등 농민 입장에서의 체감 피해는 수치화된 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정책 결정 시 외래종의 농업 피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농민들이 외래종 감시와 제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제도적 장치와 인센티브 체계가 미흡합니다.

 

예를 들어 외래종을 제거해도 폐기 처리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거나, 신고 절차가 번거롭고 실제 방제 조치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참여 의욕이 낮아지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넷째, 방제 방식에 있어서도 농약 의존적이거나 기계 중심의 접근이 많아, 자칫 논의 토양 생태계나 주변 유익 생물종까지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특히 농약 사용 시 비선택성 제초제가 자생식물을 포함한 모든 식생을 제거하여 생태적 회복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물리적 제거 방식도 반복 시 토양 압밀, 경작 지연 등 농업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보다 세밀하고 정밀한 생물학적·생태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국내 외래종 관리 체계는 법적 기반은 갖추고 있으나, 논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실효적이고 현장 밀착형 전략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앞으로는 농업 부문 외래종 문제를 생물 다양성 문제를 넘어 농가 경제, 식량 안전, 재해 회복력과도 연결된 구조적 이슈로 인식하고, 다부처 협업 기반의 통합 대응 체계 마련이 시급합니다.

 

 

 

 

4. 논 외래종 통합 관리와 생태계 보전 방안

 

논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외래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단기 방제보다는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관리 전략이 필요합니다.

 

먼저,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는 시민 감시 체계를 구축해 외래종 발견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을 단위의 생태지도 작성, 외래종 신고 앱 활용 등이 유효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논 주변의 경작지와 유수지, 하천과 연계된 생물 통로 차단 대책이 필요합니다. 외래종 유입 경로를 파악하고, 그 연결 고리를 줄이는 구조적 접근은 방제 비용을 줄이고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농민과 전문가가 협력하여 작물별 외래종 피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해, 작목에 따라 맞춤형 방제법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논에 자주 나타나는 외래 식물은 방제력을 갖춘 특수 기계나 제초제 도포 장치 개발로, 노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학교 및 농민 교육을 통해 외래종이 단지 생물학적 위협이 아니라, 농업 경영과도 직접 연결된 문제임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책적인 차원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농촌진흥기관이 협업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지원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