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고추 탄저병의 초기 진단법과 방제 전략

enlarge-all 2025. 6. 13. 17:03

 

 

 

 

고추 탄저병의 초기 진단법과 방제 전략

 

 

1. 탄저병의 발생 메커니즘: 고추 생육기에 위협이 되는 병원균

 

고추 탄저병(anthracnose)은 국내 고추 재배지에서 가장 치명적인 수확기 병해 중 하나로, 주로 Colletotrichum acutatum 또는 C. gloeosporioides라는 곰팡이성 병원균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병은 주로 고추 과실의 성숙기 전후에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심할 경우 수확량의 30~70%가 손실되는 사례도 있을 만큼 피해가 큽니다.

 

탄저병은 비바람을 통한 병원균 포자 전염, 이전 작기 잔재물에 남아 있는 균핵의 월동, 그리고 고온다습한 기상조건에 의해 확산됩니다.

 

특히 온도 25~30℃, 상대습도 90% 이상의 환경에서는 포자 발아와 병 발생 속도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게다가 장마철이나 관수 관리가 부적절한 시기에 확산되면, 하루 만에 병반이 확대되는 급성 진행형 병해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 병은 단순한 기생 작용이 아니라, 식물체 조직 내부로 침입해 효소와 독소를 분비하여 세포벽을 무너뜨리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외부 증상만으로 진단하고 늦게 방제할 경우, 이미 내부 확산이 진행되어 치료보다 제거가 더 나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발병 원인과 병해 진행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탄저병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2. 고추 탄저병의 초기 진단 기준: 조기 발견을 위한 증상 판별법

 

탄저병의 초기 진단은 과실, 줄기, 잎에서의 병징을 정확히 판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수확 직전의 성숙한 열매에 흔히 나타나는 증상을 조기에 감지하는 것이 수확 손실을 최소화하는 핵심 전략입니다.

 

가장 전형적인 초기 증상은 고추 과실 표면에 형성되는 작고 움푹 들어간 수침상 반점입니다.

 

이 반점은 처음엔 연한 갈색 또는 진한 녹갈색으로 시작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반점 중앙이 검게 변하고, 주변이 붉은 고리 모양의 경계선으로 둘러싸입니다.

 

이 고리 안쪽에는 곰팡이의 분생포자 덩어리인 ‘분생포자반’이 형성되어 전염력이 강해집니다.

 

또한, 줄기나 엽병에 발생할 경우에는 수분 스트레스를 받은 듯한 시들음 현상과 함께, 조직이 움푹 들어가며 꺾이거나 마르는 현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시들음병이나 역병과 혼동되기 쉬우므로, 반복적 패턴과 병반의 고리 구조, 중심부 포자층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해야 합니다.

 

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농업기술센터나 작물보호소에 병징 사진이나 샘플을 제출해 병원균 검정을 받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며, 조기 진단은 치료 가능성과 방제 성공률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3. 환경관리 중심의 사전예방 전략: 포자 전염 차단과 포장 청결

 

탄저병은 병이 발생한 이후에는 치료보다 제거에 가까운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균의 발병 환경 자체를 차단하는 사전 예방 전략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특히 고추 재배 포장의 통풍, 배수, 전작물 관리는 탄저병 예방의 3대 요소로 평가됩니다.

 

먼저 병원균 포자 전염 경로 차단을 위해 포장 내의 과밀 식재를 피하고, 충분한 간격을 확보하여 통풍을 원활히 해야 합니다. 과밀재배는 식물 내부의 습도를 높이고, 병원균 번식을 촉진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특히 고추의 잎과 열매가 접촉하는 부위는 포자 침입이 쉬우므로, 지지대를 이용해 줄기와 열매를 들어 올리는 유인 작업도 중요합니다.

 

또한, 과습 방지를 위한 배수로 정비와 관수 조절도 핵심 전략입니다. 토양이 항상 축축하게 유지되면 병원균이 침투하기 쉬운 상태가 되므로, 비 예보가 있을 경우 포장 경사를 활용하거나 플라스틱 멀칭을 통해 수분 조절을 병행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작기 감염 잔재물의 제거입니다. 탄저병 포자는 토양 내에서 균핵 형태로 월동할 수 있으며, 다음 해에 다시 병원균의 출발점이 됩니다.

 

따라서 수확 후에는 병징이 있는 식물체를 완전히 제거하고, 작물 잔재는 땅에 갈아엎지 말고 반드시 반출 처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4. 약제 방제의 핵심 포인트: 적용 시기와 약제 선택의 정밀성

 

고추 탄저병에 대한 화학적 방제는 정확한 타이밍과 약제의 로테이션 사용이 방제 효과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특히 발병 초기 단계에서 약제를 살포하면 병원균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지만,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이후에는 방제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현재 등록된 주요 약제로는 디메토모르프, 프로피코나졸, 아족시스트로빈, 테부코나졸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각각 균핵 발아 억제, 포자 발달 억제, 세포막 손상 유도 등 다양한 작용 메커니즘을 갖고 있습니다.

 

단일 약제를 반복 사용하면 병원균의 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기작이 다른 약제를 번갈아 사용하는 로테이션 방제가 필수입니다.

 

약제 살포는 수확기 3~4주 전부터 발병 우려가 있는 시기에 예방적 살포가 가장 효과적이며, 특히 장마철을 전후한 시기에는 7일 간격으로 반복 살포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또한 약제는 과실 표면 전체를 고르게 덮을 수 있도록 미립 분무기나 동력 분무기를 사용해 충분히 분무해야 하며, 병반 부위에는 더 집중적으로 살포해야 합니다.

 

유기농 재배지의 경우 화학약제 사용이 제한되므로, 황화구리(보르도액), 유황제, 천연 유래 항균제 등을 활용한 방제 체계가 필요하며, 방제 시기가 늦지 않도록 환경조건에 따른 예측형 방제 시스템을 병행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5. 내병성 품종과 병행 전략: 재배 단계부터 저항성 확보

 

탄저병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내병성 품종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국립종자원과 민간 육종회사에서 탄저병 저항성이 우수한 고추 품종이 다수 개발되어 있으며, 특히 고랭지·중남부 재배지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탐진골드, 탄마루, 청탄’ 등은 C. acutatum 계통에 대한 강한 저항성을 갖고 있으며, 발병률이 일반 품종 대비 50% 이상 낮다는 현장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내병성 품종은 단일 방제 수단은 아니지만, 환경 관리 및 약제 방제와 병행할 경우 종합적인 피해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종자소독 및 묘상 처리는 초기 전염원을 차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55~60℃의 온수에 10분간 종자를 담그거나, 적절한 농도의 소독제를 사용하면 병원균의 부착을 제거할 수 있으며, 특히 자가 채종한 종자일수록 이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병 발생 이후가 아닌 재배 시작 전 단계부터 탄저병 방지를 고려한 전략 수립이 핵심입니다. 토양 살균, 적기 파종, 포장 위생, 내병성 품종 사용, 정기적 모니터링까지 일괄적으로 시행하면, 고추 탄저병으로 인한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